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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채널명은 비밀입니다 - 전수경 장편소설

책 이야기_Book story

by 초초씨 2024. 9. 3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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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이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과 장면들이 여럿 있어 소설 속 희진과 주위 모습들에 나도 모르게 애정이 갔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희진의 엄마 미영은 일찍이 현 세계를 표류하고 있었다.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 소위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버린지 오래. 이렇다할 직업도 없이 여전히 아버지(희진의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상과는 일절 교류를 끊은채 집에서 TV만 보며 살고 있다. 
 그런 엄마가 꼴보기 싫은(?) 딸 희진이. 어머니에게 아무 기대가 없어서였을까, 희진은 어릴 적부터 무엇이든 척척 혼자 해내는 아이였고 학교에서 성적도 좋아 선생님과 친구들은 희진을 알게 모르게 특별대우하며 학교에서 수능만점자가 나올 것을 은근히 기대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희진은 엄마 미영이 TV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집에 틀어박혀 TV만 보는 줄 알았던 엄마가 실은 여러 세계를 누비는 다중세계 여행자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격 이야기가 시작된다.
 청소년문학이다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고, 처절한 묘사 같은 것은 나오지 않으나  담고 있는 의미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미영은 TV 앞에서만 생활하다가 우연히 다중세계를 여행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이쪽 세계에서는 잃어버렸던 자신의 세계를 찾아 나간다. 그 곳에서 삶의 활력을 찾고 사랑도 한다. 엄마가 영영 다른 세계로 가버릴까봐 두려워 이 세계에서 적응하는 노력을 하면 안되냐는 희진에게 미영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직접 사람들 속에 뛰어들어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어. 여기서도 노력했어 시도하지 않은 게 아니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거절당했어. 한번 정해진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이 뭔가를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특히 우리 세계는 그런 사람에게 너무 가혹해.'  이 말들에서 미영의 삶이 느껴졌다. 소설 중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미혼모로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던 고단한 삶들 말이다. 마음이 아프면서 미영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희진도 어리지만 여러모로 마음에 상처가 많은 아이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어른들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금기시 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자식인 나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것 같은 기분.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어머니가 너무 싫지만, 실은 그게 나 때문인 것 같아 늘 불안하고 스스로 무가치한 느낌에 사는 것. 내 유년시절과 닮아 있었기에 누구보다 그 마음이 이해 되었다. 희진은 말한다. '나는 남을 믿지 않는 편이고, 언제나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속 깊은 얘기를 한 적도 없고 진정으로 기대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 늘 혼자서도 잘하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더욱 그저 대견한 아이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극 중 희진은 윤아와 상우가 있어 그들과 함께 사건을 겪으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나는 그시절에도 정말 아무와도 마음을 터놓지 않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주 외로운 일이었던 것 같다. 나도 어른이 되는 과정에 여러 일을 겪으며 희진이 깨달은 것을 결국은 알게 되었지만,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시행착오와 인생수업이 약간은 덜 빡시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의미에서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희진의 이 속마음 문장을 들려주고 싶다. '나는 등수나 등급으로 결정되는 사람이 아니며 애초에 누군가에게 내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인생을 건 선택이자 포기할 수 없는 유일한 세계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찾아 다니고, 또 살아내고, 그러면서도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친구 윤아의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내어도 좋았을 것 같다. 긴 호흡으로 만들어냈어도 아주 좋은 소설이 되었을 것 같지만, 이런 아쉬움이 있기에 전수경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이 아닐까. 전작들도 읽어봐야겠다. 

※ 이 글은 출판사 서평단 활동 일환으로 책(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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